소소한 일상

사우디 이발사

삶의 무거움 2013. 10. 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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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많이 자랐다. 8월말 출국전에 다듬고 난 후 2달이 지나가면서 덥수룩하고 답답하다. 쉬는날 전 날 근처 이발소를 찾았다. 어느 날부턴가는 아저씨가 운영하는 이발소에 가는 일이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 돼버러서 망설였지만, 지금 나는 사우디라 어쩔수 없이 머릴 자르러 이발소 문을 열었다. 그나마 주변에 있는 이발관 중에서 제일 깔끔한 곳으로 고른 곳이다.

이발사가 영어를 잘 모르지만 괜찮다. 나는 파마가 아니라 단지 컷이기 때문에 머리를 잡아 잘라야 할 길이를 알려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싹둑'하는 제스쳐를 보준다. 역시 바디랭귀지는 좋다. 이발사는 목에 띠를 감아주고, 검은 천을 둘러준 후에 가운을 입는다. 의사들이 입는 가운을 보니 왠지 이발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발사는 한 40다 중반 되보이는 이집트 이었는데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뭐랄까, 배려가 넘치면서, 정확하고 심지어 친절하기까지 했는데 길이가 걱정이 됐는지 자른후에 거울로 확인을 해준다. 모든 걸 능숙하게 처리하면서 내가 심심하지 않게 말을 걸어준다. 마무리는 목주변 솜털을 깎아주는데 바리깡이 아니라 면도날로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잘라주니 옛날 생각이 난다. 어렷을 적 엄마를 따라 이발소를 가면 아저씨는 의자 손잡이에 나무를 놓은 후 나를 앉혔다. 그때도 면도날로 솜털을 잘라주었는데...

이발이 끝나고 면도를 할거냐고 묻는다. 가격을 물어보니 이발과 같은 가격을 내야 하기에 그냥 집에서 하기로 한다. 깔끔하게 이발을 하고나니 우리 둘다 뭔가 뿌듯한 웃음을 나눈다. 가기전에 사진을 찍자고 하니 자연스레 포즈를 취해준다. 처음으로 타지에서 하는 이발을 경험을 준 이발사 아저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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