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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거리의 칼럼"

삶의 무거움 2013. 11. 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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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소설가 김훈은 2002년 한겨례 기자로 재직하다가 소설가로 전업을 하였습니다. 기자 시절 담당하였던 거리의 칼럼은 원고지 3매의 적은 분량으로 채운 총 31편의 코너입니다. 기자 지망생이라면 한 번쯤은 읽고 필사해보는 일종의 교과서라고 알려질 정도로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글을 잘 쓰기란 어렵습니다. 다독.다작.다상이 좋은 길이지만 필사를 해보는 것도 글을 잘 쓰는 방법입니다. 화려한 글도 멋있겠지만 저는 간결, 깔끔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을 좋아합니다. 모든 글쓰기 책에서 언급하는 글쓰기의 원칙은 '간결성'입니다. 이 원칙을 배우기 위해 거리의 칼럼을 필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거리의 칼럼중 가장 유명한 칼럼인 <라파엘의 집>을 소개합니다. 읽어 보시고 시간이 되신다면 필사해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거리의 칼럼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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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의 집>

서울 종로구 인사동 술집 골목에는 밤마다 지식인, 예술가, 언론인들이 몰려들어 언어의 해방구를 이룬다. 노블리즈 오블리제를 논하면서 비분강개하는 것은 그들의 오랜 술버릇이다.

그 술집 골목 한복판에 '라파엘의 집'이라는 불우시설이 있었다. 참혹한 운명을 타고난 어린이 20여명이 거기에 수용되어 있다. 시각.지체.정신의 장애를 한 몸으로 모두 감당해야 하는 중복장애아들이다. 술취한 지식인들은 이 '라파엘의 집' 골목을 비틀거리며 지나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동전 한닢을 기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라파엘의 집'은 전세금을 못 이겨 2년 전에 종로구 평동 뒷골목으로 이사갔다.

'라파엘의 집' 한달 운영비는 1200만원이다. 착한 마음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 1천원이나 3천원씩 꼬박꼬박 기부금을 내서 이 시설을 16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후원자는 800여명이다. '농부'라는 이름의 2천원도 있다. 바닷가에서 보낸 젓갈들도 있고 산골에서 보낸 사골뼈도 있다. 중복장애자들은 교육이나 재활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안아주면 온 얼굴의 표정을 무너뜨리며 웃는다.

인사동 '라파엘의 집'은 술과 밥을 파는 식당으로 바뀌었다. 밤마다 이 식당에는 인사동 지식인들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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