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대학동기가 나오는 연극(정말 최악이었다.)를 보고 함께 잠실을 가기위해 한양대 지하철역 입구에 있는 육교에 올랐다. 느긋한 마음으로 올라가는데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여기서 티거 사진을 찍으면 괜찮겠지?' 가방에서 허겁지겁 인형을 꺼내고 이리저리 구도를 잡으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사진은 괜찮게 나오는데 뭔가 부족하다. 그것은 바로 이 아이 자세는 좋은데 항상 시선이 하늘을 향해 있다는 점이다. 다음 사진은 육교위에서 찍기로 했다. 티거가 카메라 앵글을 제대로 보기 위해 오른손 엄지로 티거 목을 누르고 위치를 잡기위해 핸드폰을 친구에게 맡기면서 아이폰4의 앞모습은 그렇게 끝나게 되었다.
이 구도면 잘 나오겠다, 하고 티거를 올려 놓은 동시에 갑자기 뒤에서 툭!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아이폰이 육교 바닥에 휑하니 누워있었다. (하도 많이 떨어뜨려서 익숙해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게 전화기를 들어보고 상태를 확인하니 다행히 괜찮았다. 다행이다...하는 안심한 마음을 가지고 앞면을 슬쩍 들춰봤다. 앞유리는 뒷면의 이미생긴 균열에게 보란듯이 산산히 금이 가있었다. 이렇게 아이폰4에 대한 나의 마음은 끝이났다.
아이폰에 대한 내 이야기를 짧게 해보자면 이렇다. 나는 아이폰4를 2010년 10월부터 써왔다. 내가 맥북 흰둥이에 이어 두번째로 써보는 애플제품 이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좋았던 녀석이었다. 약 2년8개월간 써오면서 아이폰을 구매한것에 대한 후회는 한 번도 한적이 없었고 행복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를 한 순간 떠나보냈다. (충격이 꽤 컸는지) 평소에 짜증을 많이 나는 나였지만 이 날은 유난히 담담하였다. 그렇게 나는 바로 다음날 아이폰5를 구매하였다. 검정색에 대한 지겨움이었는지 아니면 아이폰4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빨리 잊고 싶어하였는지 몰라도 색상은 하얀색을 선택했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아이폰4를 반납하기 위해 잠실역 대리점에 들렸다. 날씨가 더워 물을 마시던 도중 그 아이 화면위에 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그 한 방울 물은 아이폰4가 작별을 결심한 한 방울 눈물같았다. 나는 애석했지만 그 녀석을 대리점 직원 손에 맡기고 뒤돌아섰다. 지금은 빠르고 새련된 아이폰5보다 느리지만 오랜기간동안 나에게 설레임을 안겨주고 기쁘게 해주던 아이폰4가 그립다.
굿바이, 아이폰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