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흑백 폴라로이드

삶의 무거움 2017. 10. 15. 15:32
반응형


지난 토요일, 연남동에 위치한 사진관을 방문했다. 흰색 바탕에 파란 글자 간판 아래 허름한 외양은 마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초원 스튜디오를 떠올린다. 문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안으로 들어가니 계산 테이블, 폴라로이드 사진기, 회색 바탕천 등 간소하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앞팀이 찍는 과정을 구경해본다. 개량한복을 입은 남녀커플, 갓 돌이 지난듯한 아이를 들고 찍는 부부 뒤에 우리 차례다. 모자를 쓰고 와서 그런지 머리가 많이 눌렸다. 기회는 단 한 번뿐. 머리와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자세를 잡는다. 사진 촬영이 어색한지 미소나 주먹이 어색하다. 몇 번 자세를 고치고 난 뒤에 번진 미소와 함께 '찰칵' 소리가 들린다. 바탕 위에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 속에 우리 미소도 밝아졌다. 폴라로이드 사진 뒤에 입구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촬영해준다. 이번에는 연속으로 들리는 '찰칵' 소리. 우리는 많은 사진 중에 더욱 신중하게 골라본다. 일본 후지 필름이 지난 3월부터 흑백 폴라로이드 필름을 중단한 오늘이지만 앞으로 1년에 한 번씩 최대한 촬영을 기대해본다. 폴라로이드 사진은 갈색 봉투에 담긴것처럼 이 날 추억도 살포시 저장해본다. 

반응형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년 연말기억 모음  (0) 2018.02.17
겨울 제주여행을 가다  (0) 2018.02.17
되살아난 봄날의 추억  (0) 2017.10.03
17.09.23-24  (0) 2017.10.02
17.04.25  (0) 201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