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 갑작스런 폭우가 내리면서 땅이 촉촉해졌고 아침 출근길에 아침이 안개로 뿌옇게 뒤덮였다. 이런 진한 안개를 보면 김승옥 선생님의 '무진기행'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이렇게 안개를 문학적으로 잘 표현한 문장은 보지 못했기에. 무진기행 전문 파일을 올려보니 안 읽어보신 분들은 한 번씩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의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