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부스러기

박찬호

삶의 무거움 2013. 6. 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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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박찬호가 등판하는 날이면 수업몰래 라디오로 경기중계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아시아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최고인 125승을 달성한 투수이다. 이 기록은 일본 노모 히데오(123승)을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이렇게 유명한 그에게도 그늘은 있었다.

박찬호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LA다저스에서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기도 하였고, 부상에 걸려 선수의 생명이 끝이라는 악재도 닥쳤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가진 세 가지(지적, 신체적, 정신적)능력 가운데 정신력이 강했다. 모든 사람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한계지점에서 다시 한 걸음 내디디는 용기를 가졌다. 

이 선수를 보니 나도 그랬다. 하나뿐인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던 시절 혼자 라면을 끓여 먹으며 눈물로 외로움을 달랜 적도 많았다. 박찬호가 성적이 바닥을 헤매던 2004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에 나또한 수학능력시험을 망치고 세상을 저버리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나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까..."라고 자문하였다. 얼굴은 잘 생기지도 않고, 노래를 잘 하지도 않는 나였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길은 공부밖에 없었다. 이렇게 목적이 생기자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일이 떠오르자 죽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살아와 현재는 대학 졸업 문턱까지 왔다.

박찬호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 인생들을 살아오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숨겨왔다. "134승은 하나 하나의 공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것의 끝에서 새로움이 시작된다. 새로운 길도 공 하나씩 던져가며 뚫을 수밖에 없다." 라는 말처럼 나도 그가 살아왔던 길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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