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부스러기

추억의 공간, 싸이월드

삶의 무거움 2013. 8. 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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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우리는 줄여서 싸이라 불렀다. 2005년 나는 서울 소재 M전문대학에 입학하였다. 고등학교를 벗어나 학과, 동아리에서 만난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싸이 해?"라 서로 묻고 일촌을 맺었다. 이때, 일촌명은 상당히 나의 머릿속을 아프게 했다.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일촌명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 각각을 짓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싸이를 통해 관계의 끈의 시작을 끊었다. 그때 당시에 미니홈피는 필수가 아닌 필수였다. 서로 자기가 원하는 사진을 퍼가고, 방명록, 일촌평을 남기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Today 숫자를 확인하고는 했다. 그러면서 파도를 타면서 친구들 미니홈피를 돌아다니고 좋아하는 연인이 있다면 몰래 들어와서 그 사람에 대해 훔쳐보는 소소한 재미를 누리고는 했다.

시간이 흘러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페이스북, 트위터가 등장하면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싸이월드는 이 흐름에 맞춰가지 못하면서 하나, 둘 각각 싸이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변화의 흐름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더욱 크게 바뀌었다. 이탈하는 숫자는 증가하면서 이곳, 싸이에는 사람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 '空攄(공터)'로 남게되버렸고 간간히 다이어리를 쓰거나 대부분 유령 홈페이지 주인이 되었고, 네이트는 단지 학과 클럽 접속용 홈페이지로 남게되버렸다. 싸이가 그렇게 변하면서 이를 통해 이어가던 관계의 끈이 끊겼다.

오늘 싸이가 그리워졌다. 마침 어플도 있어 다운받아 접속해본다. 이제서야 스마트폰에 적합한 UI(User Interface)가 도입되었고 깔끔하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인원은 손에 꼽을 정도이니 아쉬움을 담은 한숨이 나온다. 접속한 김에 일촌 미니홈피를 훔쳐보고 싶지만 파도는 컴퓨터로 타야 '제맛'이기에 참아본다. 싸이월드. 그때는 우리의 쉼터이자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었다. 그 끈은 관계가 아닌 나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끈으로 바뀌었다. 나는 차마 이 끈을 잘라버릴 용기가 없어 탈퇴하지 못하고 기웃기웃 거리면서 똥싸면서 한탄만을 해본다.

뱀꼬리- 다들보고 싶다. 혼자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망상이기에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 타임머신을 같이 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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