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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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거움 2013. 5. 2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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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블랙과 까만 젖소의 만남


 나는 아이폰, 아니 아이폰4를 쓴다. 요즘에는 아이폰에 대한 인기가 수그러들었지만 , 2011년 출시 당시만 해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아이폰을 빨리 손에 얻기 위해서는 예약을 해야만했다. 나는 망설이고 있다가 예약을 해서 37차로 아이폰을 손에 잡게 되었다. 사람들은 아이폰을 두고 동영상을 보기에 화면이 작고 불편한 점이 많은 스마트폰이라 말한다. 하지만 나는 화면은 작아도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아이폰을 좋아한다.

 아이폰을 갖기 전에는 피처폰과 아이팟 터치를 썼었다. 전화나 문자를 할 때와 음악을 들을 때, 두 기기를 따로 써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던 나는 정말 가능하다면 두개를 강력본드로 붙여버리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아이폰4가 출시된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아이폰4를 쓰게 되었다.

 생각을 더듬어보니 아이폰이 나를 떠난 적은 없었다. 술을 먹어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아이폰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무렵, 새 아이폰을 받고 싶다는 욕심에 그때까지 사용하던 아이폰을 떠나보내게 되었다. 그 자리는 리퍼폰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로운 아이폰으로 대체되었다. (내가 떠나보낸 그 녀석도 결국은 분해되어 새로운 리퍼폰으로 태어났겠지...) 그이후로 지금까지도 줄곧 이 아이폰을 써오고 있다.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전자제품들은 고장으로 항거한다는데 나는 이 아이폰에 애정을 듬뿍 주고있다. 아이폰은 나의 사랑을 받은 덕인지 아무런 고장도없이 내가 원하는 어플을 실행시키고 전화와 문자를 전송해준다. 더군다나 술을 먹거나 정신이 없어도 아이폰은 나를 떠나지 않고 주변에 맴돌면서 나와 함께해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아이폰을 바닥에 자유낙하 시키는 일이 잦아졌다. 아이폰의 등에 생긴 작은 균열은 떨어뜨리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작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사태에 이르렀다. 아이폰은 나의 애정이 식었다고 판단했는지, 점차 실행 속도를 늦추면서 나의 부주의에 경고를 보냈다. 특히 이 녀석은 페이스북을 실행할때마다 튕기고는 하는데, 마치 관심있는 남성과 밀고 당기는 새침때기 여자를 보는듯 하다. 

 2년이 넘어가면서 애정이 떨어진건지, 아니면 이놈의 밀당에 나도 질려버렸는지 새로운 이성을 찾아 떠나고픈 마음이 불쑥 불쑥 튀어오른다. 카페에 앉아 유난히 눈에 띄는 이성을 훔쳐보듯 아이폰5를 쓰는 사람을 볼 때마다 그 손에 눈길이 간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아이폰4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기에 나의 외도는 이 녀석의 튕김에 대한 일시적인 반항으로 보고싶다.

 잠자리에 들기전 나의 옆에 누워있는 아이폰에게 말을 걸어본다. 힘들지?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은 그만 쉬어. 아이폰이 나의 말을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이 녀석은 반대로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오늘도 나를 쳐다보느라 수고했어. 잘 때만이라도 내 손을 벗어나렴. 

스마트폰으로 우리 삶이 정말로 스마트해졌는지 의문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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